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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갈대같은 힘없는 당담자, 난 그 끝에 매달려 흔들리는 무당벌레..
    달을파는아이 2008. 5. 29. 08:53

    "죄송한데요.. 부장님이 이걸 이렇게 하라고 하네요"

    "저는 이게 좋은거같은데, 사장님이 별로하고 다시 하라네요"

    "어제 보내드린거 취소하고 다시 만들어야 겠어요"

    "이 글자 색이 맘에 안드신다고 하네요"


    밤을 세워가며 컴퓨터를 붙잡고 있어도 몸이 조금 피곤할뿐이지 그렇게 힘들지는 않다. 일을 하면서 언제나 가장 힘들때는 사람과 대할때다. 사람으로 태어나서 사람으로 살아가고 있지만 같은 사람과 같이 일을 진행해나가는게 가장 괴로운 순간이다.


    어제는 아침부터 모든일정을 미루고 초급하게 해야할일이 있다는 지시가 내려왔다. 언제나 일은 이런식이다. 모든일이 급한일이다. 모두가 급한데 거기서 더 급한거라고 한다. 간단한 기획서가 나오고 , 언제나 처럼 오늘내로 무조껀 다해야한다는 말이 전해진다.

    아침부터 작업을 해서 오후 4시쯤 급조를 했다. 하는 내내 이게 왜 필요하지라는 의문으로 답답했다. 내 소중한 인생을 이딴일로 보내고 있다고 생각을 하니 더 갑갑해졌다. 그런 생각이 들어 우울했지만 어떻게든 마무리는 지어야 겠다는 생각으로 집중한다. 커피가 한잔 , 두잔 들어간다.

    4시쯤 담당자에게 전화를 걸어 확인해달라고 말하고 기다린다. 5시쯤 전화벨이 울린다.

    "아침에 보내준 기획서에 윗사람들이 말이 많아서, 다시 기획서를 만들었습니다."

    새로운 기획서를 메신져로 보내준다. 하루종일 인생을 음미하며 만든 작업들이 물거품이 되는 순간이다. 약간의 수정이 아니라 폐기 처분하고 새로운 컨셉으로 작업을 진행해야한다. 당장이라도 입에서 "십알"이 나올것같다.


    "내일 아침까지 사장님한테 보여드려야 해서 오늘 꼭 좀 부탁드립니다." 라며 애원한다.

    나는 약간은 퉁명스럽게 "벌써 5신데 어떻게 오늘까지 합니까?" 말한다.

    "저도 오늘 밤샐께요. 부탁드려요"


    이렇게 다시 일을 시작한다. 입맛이 딱 떨어져서 아무것도 먹지 않는다. 빨리 끝내고 집에가고 싶은 생각외엔 아무런 생각이 들지 않는다. 입에선 신내가 난다. 9시가 조금 넘어 마무리가 되었다. 담당자는 수고하셨다고 말한다. 집으로 오는 지하철에서 조금 우울해진다.


    머리도 아프고 가슴도 답답해 일찍 잠자리에 든다.

    전화벨이 울린다. 5시다. 어제 작업한 페이지는 그쪽 회사에서 매일 6시에 브리핑용으로 쓰는 페이지다. 5시에 전화가 왔다는건 작업에 무슨 문제가 있다는 말이다. 받기 싫었지만 받는다.


    "죄송한데요, 부장님이 어제 만든 페이지 다 빼래요" 내 귀를 의심했다. 하지만 들은 내용 그대로다.

    그래.. 항상 이런식이다. 이런경우가 너무나도 많다.일을 하다보면 누구나 겪는 일이라 위로한다.



    회사에서 어떤일에 당담자로 정해놓으면 그 사람에게 전권을 위임한다. 하지만 꼭 그렇지만은 않다는걸 일을 하다보면 알게된다. 당담자가 그 일을 모두 당담한다고 믿고 일을 진행한다는거 자체가 순진한 생각이라는걸 알게된다.

    그래서 일을 시작할때 내가 닿을수 있는 최고의 결정권자까지 컨택하려고 노력한다. 최종 결정권자에게 바로 컨택가능하면 최고다. 그 결정권자는 사장일경우가 많다. 그 사장 주머니에서 결국엔 나에게 돈이 들어온다. 당담자를 무시하지 않는 수준에서 사장과 직접 컨택해서 이야기를 풀어나가다 보면 의외로 쉽게 풀릴때가 많다. 

    당담자라는 사람도 결국엔 사장 밑에서 일하는 사람이라 눈치를 보게 된다. 특히나 무서운 사장밑에 있는 직원들은 자기의 생각이 없어진다.

    "이 글자색이 이상해" 라고 그냥 툭 던지 한마디에 당담자는 깜짝놀라서 그말을 오바해서 나에게 전달한다. 당담자로써는 그 글자색을 고치는것이 인생최대의 과제가 되버린다. 당담자에 눈에는 사이트 전체의 컨셉이나 균형 같은건 보이지 않는다. 오직 그 글자의 색만 보인다.

    이런 요구사항을 받게 되면 황당해지고 , 바꾸면 점점 결과물이 말도 안되게 변한다는 걸 알지만 수정할수 밖에 없다.

    이럴때 용기를 내서 사장에게 직접 이야기를 해보면 당담자의 오바가 사실이 아님을 알때가 많다.  왜 색을 바꾸라고 했는지 이유도 들을수 있고 , 우리쪽 입장도 이야기할 수 있다. 그렇게 색을 바보처럼 바꾸지 않고 사이트 컨셉을 유지할수도 있다.

    하지만 그럴수 있는 경우가 과연 얼마나 있을까? 당담자는 나에게 있어 일종의 벽이다. 그 다음으로 넘어갈수 없이 막고 서 있는 벽..


    자신의 상관의 말이 모두 옳다고 믿거나 , 옳지 않은건 알지만 어쩔수 없다는 힘없는 당담자가 있다. 나는 그 당담자의 갈대마음 끝에 매달린 무당벌레다.

    말도 안되고 , 기가막히고 , 갑갑하지만 해줄수 밖에 없다. 나에게도 상관이 있고 눈치를 볼수 밖에 없으니까..

    이 세상 모든 무당벌레들아 힘내자.


    ps. MB 한마디에 알아서 기는 공무원들,경찰들.. 그끝에 매달린 국민들은 마음이 불안해 하루하루 곁딜수가 없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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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을파는아이 @ nalab.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