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역은 화차의 종점입니다. 모두 현실로 돌아오실 시간입니다.


“뱀이 왜 허물을 벗는지 알아? 계속 계속 허물을 벗다보면 다리가 나올꺼라고 믿기 때문이야”


소설 “화차”를 읽었다.소설에서 가장 중요한 대사라고 생각한다. 영원히 허물을 벗어도 다리가 나오지 않는다. 뱀도 알고 있다. 그럼에도 허물을 벗는 이유는 그 희망이라도 없으면 세상을 살아갈 용기가 없기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지옥으로 가는 불의 마차


“화차”는 지옥으로 가는 불의 마차라는 의미다. 한번 올라타면 지옥에 도착할때까지 내릴수가 없다. 올라타기전에는 언제든지 내마음대로 내릴수 있다고 생각하겠지만, 화차의 중력은 강력하다. 끌어당기는 힘이 내 의지를 넘어선다. 


소설에서는 신용카드가 화차다. 미래의 내돈으로 현재를 살 수 있는 신용카드. 문제는 기대와 달리 다음달에도 돈은 그닥 생기지 않는다는 점이다. 더 큰 문제는 다음달이면 있던 돈도 사라질지 모른다. 인생은 어떻게 급변할지 아무도 모른다. 미래에 대한 불안감으로 보험을 들지만, 미래에 대한 확신으로 신용카드를 긁는 아이러니.



마법의 거울 


“사람들은 계속 허물을 벗어도 벗어도 다리가 나오지 않으면, 다리가 있는것처럼 보이는 거울을 사지.”


벗어날수 없는 이 구질구질한 인생. 마법같은 거울로 위안을 받는다. 거울속의 나는 거울밖의 나와는 완전히 달라보인다. 거기엔 성공한 인생, 남부럽지 않은 삶, 화려한 옷이 비춰진다. 현실을 잊기 위해 거울속에 빠진다.





요즘은 화차가 너무 많다. 사람들은 저절로 화차에 올라타게 된다. 올라탄게 화차라는 자각은 한참뒤에 찾아온다. 명품의 화차에 올라타고, 그럴듯한 아파트에 올라타고, 멋진 자동차에 올라탄다. 그 명품이 자신을 말해준다고 착각하고, 아파트와 자동차가 자신의 수준을 대변해준다고 오해한다.



우리나라 거울 900조


우리나라 가계부채가 900조를 넘었다. 모두가 환상에 사로잡혀 있다. 내가 누워있는 집이 내것이라는 환상. 내가 손에 든 쌀가마니가 내것이라는 환상. 내가 타고 있는 자동차가 내것이라는 환상.. 사실은 다리를 비추는 거울이다. 나에게는 실제로 다리가 없지만, 빚은 다리를 비춰준다. 


실제 자신의 능력과는 별개로 눈높이만 높아져 있다. 미디어의 발달로 높아져만 가는 눈높이는 현실의 자신을 부정한다. 이건 실제 내 모습일리가 없다고 생각한다. 나는 좀 더 나은 사람이라는 위안이 필요하다. 눈높이와 실제자신과의 차이로 생긴 빈공간에 화차가 들어선다. 


실제 자신의 상태를 인정하고, 분수에 맞게 살아가기가 정말 힘든 세상이다. 모두가 못살았던 옛날과 달리, 상대적으로 빈곤한 나를 받아들이기가 괴롭다. 그대로 받아들이는데도 용기가 필요하다. 거울에 비친 미래가 아니라, 실제 미래에 대한 확신이 없다면 용기를 내기도 힘들다. 



현실로 돌아오실 시간입니다.


환상은 곧 깨진다. 거울이 아닌 현실의 자신으로 돌아왔을때 충격을 감당해야한다. 애써 외면했던 내 꼬리를 봐야한다. 다리를 비춰주던 거울은 깨지고 없다. 바다가 잔잔할때, 방파제를 쌓아야 했음을 후회한다. 쓰나미는 경고도 없이 갑자기 닥치고, 무슨일이 일어난지도 모르게 모든걸 삼킨다. 화차가 끌고 가는 지옥은 사실은 환상을 깬 현실일지도 모른다. 


91년 일본의 버블붕괴가 우리나라에서 터진다. 부풀어 오르는 풍선이 언제 터질지는 아무도 모르지만, 터진다는것은 누구나 안다. 하루하루 가슴졸이며 사는 사람들이 얼마나 많을까? 문제는 풍선에 바람을 넣지 않은 사람들까지 피해를 본다는 점이다. 부디, 최소한의 타격으로 재기불능상태에 빠지지만 않았으면 좋겠다. 어떤일이 있어도 인간은 다시 일어 설 수 있겠지만, 내가 다시 일어설수 있는건 또 다른 이야기니까..








Posted by 달을파는아이 달을파는아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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멈추지 않으면 얼마나 천천히 가는지는 문제가 되지 않느니라 by 달을파는아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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