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속에서 울고 있던 길에서 과일파는 할머니


마트를 가고 있었다. 딱히 마트를 가려는것도 아니었지만, 심심한 입이 나를 데려간다. 마트앞에 과일을 파는 할머니가 있다. 길가에 소쿠리에 담긴 작은 과일들과 채소들. 전부를 팔아도 10만원이 안될것같다. 


할머니는 하얀 비닐옷으로 비를 피하고 있다. 무심코 지나쳐지나갈 장면이었지만, 할머니 얼굴을 보게되었다. 할머니의 눈이 나의 눈에 들어온다. 빗물이 비닐옷을 타고 내려, 얼굴로 흘러내리고 있다. 실룩거리는 할머니의 눈과 입이 아니었다면, 운다고 생각하지 못했다. 할머니는 비속에서 울고 있었다. 보지 말아야 할 무언가를 본것같은 당혹함이 가슴속에 인다. 


장사꾼의 얼굴에서 눈물을 보는건 정말 처음이다. 특히나 길에서 그런 얼굴을 마주하게 될줄은.. 있지 말아야 할 곳에 나무가 있다거나, 덩그런 숲속에 느닷없는 고층 빌딩이 있다거나.. 예상치 못한곳에서 발견하게 되는 낫선것에 사람들은 당황한다. 호기심이 일어나고, 궁금함이 든다.


나의 수줍음은 마음의 호기심과 별개로 다리를 움직인다. 애써 외면하는 모양새를 내추며, 가만히 서서 울고 있는 할머니를 지나간다. 할머니 무슨일 있으세요? 라고 묻고 싶지만, 내 오지랍이 넓이가 감당할 상황은 아니다. 내가 조금만 더 오지랍이 넓거나 부끄러움을 덜 탔다면.. 이라는 생각만 할뿐 감히 다가서지 못한다. 그 일이 좋은 일이든 나쁜일이든.. 


마트에서 맥주하나를 사들고 나왔다. 할머니는 하얀 비닐옷을 입고, 주구려 앉아 있다. 고개를 파묻고 있다. 어깨의 들석임으로, 울음이 계속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그 앞에 작은 소쿠리의 자두와 고추들은 비에 젖고 있다. 


왜 우시는 걸까? 머리속에서 떠나지가 않는다. 가서 물어 보고 싶다. 

할머니 왜 우세요? 무슨일 있으세요?



그 날 이후 몇주가 지났다. 

할머니는 여전히 마트앞에서 과일을 팔고 있다. 그때와 같은 슬픈 표정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썩 즐거운 표정도 아니다. 


그 날 왜 우셨어요? 물어보고 싶다. 

여전히 그 정도 오지랍이 나에겐 없다. 







Posted by 달을파는아이 달을파는아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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