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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불꺼놓고 휙휙 날아다니는 파워포인트만 쓰면 프리젠테이션인가?
    달을파는아이 2010. 2. 22. 19:35

    세상에는 3가지 지루한 시간이 있다.

    첫번째는 "마지막 한마디만 하자면.." 라는 말을 반복하는 교장선생님의 조례시간이다. 애들이 일사병에 얼굴이 하얗게 뜨던 말던 무한 반복이다. 두번째는 친구 결혼식의 주례선생님의 말씀시간이다. 지루함에 신부까지 하품을 참아 눈물이 고인다.

    마지막으로 지루한 시간은 양복 쫙 빼입고 앉아 불꺼놓고 휙휙 날아다니는 파워포인트쇼를 프레젠테이션이라고 하고 있는 시간이다. 발표자조차 자기가 뭘 이야기하는지 모른체 "다음. 다음. 다음." 만 외친다. 그 컴컴한 방에서 가장 눈이 초롱초롱 한건 발표자를 보조해 컴터에 앉아 스페이스바를 누르는 사람뿐이다.

     

    이미지 출처 : http://blog.chosun.com/blog.screen?blogId=53687&menuId=300738


    언젠가 부터 프리젠테이션은 이모양이다. 파워포인트의 실력을 뽑내려왔다는 생각밖에 나지 않는다. 내용도 알맹이도 주제도 없다. 주어진 시간 20분동안 얼마나 많은 페이지수를 채웠냐를 경쟁한다. 두툼한 칼라인쇄 A4들을 보고 있으면 가슴속이 답답해 진다.

    왜 프리젠테이션을 하는가? 왜 우리는 사람들을 모아두고 발표를 할까? 모두가 안다. 발표는 발표자가 아는것을 다른 사람과 공유하는 시간이다. 한쪽에선 긴장감에 손을 덜덜 떨고 있고, 한쪽에서는 진도 따라가기 바쁜 고딩처럼 A4만 넘긴다. 전혀 공유가 안된다. 우주에 부유하고 있는 우주 먼지처럼 컴컴한 방안에서 각자 떠다닌다.


    발표시간이 진짜 공유의 시간이 되려면?

    발표시간이 지루하지 않고, 진짜 공유의 시간이 되려면 파워포인트를 버려야 한다. 파워포인트의 화면전환의 유혹을 이겨내야한다. 페이지수를 버릴 수 있을 때까지 버려야한다. 가장 좋은 페이지수는 1페이지다. 1장에 모든걸 담아 낼 수 있다는건 발표자가 그 만큼 자신감이 있다는 말이다. 그 주제에 대해서 세상 누구보다도 핵심을 꾀차고 있다는 말이다. 아이슈타인은 그 복잡한 이론을 단 하나의 공식 E=mc^2 으로 정리했다. 원래 잘 모르는 사람이 말이 많은 법이다. 자신이 없기 때문이다. 자신이 없으니 남의 눈치가 보인다. 눈치가 보이니까 페이지수를 늘려서 있어보이게 하고 싶어진다.

    발표자가 파워포인트만큼 하는 착각이 있다. 바로 발표의 주인공이다. 발표의 주인공은 하얀 스크린에 비친 파워포인트가 아니다. 그 아이는 조연일뿐이다. 발표의 주인공은 누가 뭐라고 해도 발표자다. 발표자는 어둠에 가려 목소리만 들리고, 조연은 밝게 빛나는 영화를 본적 있는가?

    조연을 밀어내고 주연이 무대의 중앙에 서야한다. 사람이 가장 관심있는것은 결국 사람이다. 사람이 앞에서 움직이고 표정짓고 말해야 한다. 네모반듯한 화면이 번쩍거리고 있어야 하는게 아니다. 우리는 애기때부터 사람 얼굴을 가장 좋아한다. 이쁘든 못생겼던 결국 물건 보다는 사람을 좋아한다. 나는 사람보다 카메라가 좋아요. 사람보다 차가 좋아요 라고 말하는 사람이 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들도 카메라 자체가 좋거나 차 자체가 좋은게 아니다. 그 카메라로 누구를 찍을건지. 그 차에 누구를 태우고 싶은지에 더 관심이 간다. 세끈한 자동차와 매끈한 아가씨가 서 있다면 누구한테 먼저 눈길이 먼저 가겠나? 모터쇼에 매끈한 아가씨가 세끈한 자동차에 꼭 붙어 있는 이유가 그 이유다.


    프리젠테이션의 주인공은 바로 나라는걸 말해주는 스티브형 

    자타공인 세계 제일의 프리젠테이션 내공을 가진 사람은 스티브잡스다. 스티브잡스 프리젠테이션은 깔끔 그자체다. 군더기가 없다. 조명은 항상 스티브를 비추고 있고, 프리젠테이션은 항상 스티브 뒤에서 보조역활만 한뿐이다. 사람들은 화면보다는 스티브의 움직임을 따라 눈을 돌린다. 스티브의 행동하나에 눈을 반짝이고, 말한마디에 웃는다. 스티브의 발표에서 주인공은 누가 뭐라고 해도 스티브다. 

    이미지출처 : http://www.itstv.net/broad/2008_IT_read1.asp?opt=&wrd=&list_page=2008_IT_list1.asp&seq=6457&page=9

    스티브가 아이패드를 들고 있다고 해서 그 발표시간의 주인공이 아이패드라고 착각하지 말자. 그 발표시간의 주인공은 스티브다. 사람들은 아이패드를 보러 온게 아니라, 스티브가 이번엔 어떤 물건을 가지고 나왔을까를 보러온것이다. 결국 사람들은 아이패드라는 물건이 아니라 사람인 스티브에 더 관심이 많다.


    이제 발표는 짧고 간결하며 힘있게

    이제 제발 칙칙하게 불꺼놓고 발표하지 말자. 얼굴이 부끄러운건 나도 이해한다. 그래도 그 얼굴 사랑하는 엄마가 만들어 준거 아니냐? 그런 얼굴이라도 밝고 자신감 있는 표정을 짓자. 그러면 듣는사람도 졸음에 고개를 숙이며 오늘 뒷풀이 생각만 하지는 않는다. 숙인 고개를 들고 발표자를 응시한다. 간결하고 짧으면서도 힘있는 발표에 지루해할 사람이 누가 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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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을파는아이 @ nalab.kr